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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 - 박서영

미행 -박서영 버스 정류소에 앉아 목련꽃 떨어지는 거 본다 정확한 노선을 따라가는 세월 보려고 정류소를 향해 가는 당신의 뒤를 미행한 적 있다 당신은 다리 위에 멈춰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검은 입안을 보여 주었다 무슨 말이든 해 보라고 가던 걸음 딱 멈추고 뜨거운 입천장을 보여 주는 슬픔 어쩌다 목련꽃 피는 밤에 우린 마주쳤을까 피려고 여기까지 온 목련은 지고 버스는 덜렁덜렁 떨어진 목련 꽃송이 태우고 간다 나는 하나 둘 셋 세월을 세다가 그만둔다 넷 다섯 여섯 방향을 세다가 그만둔다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색된 목련 꽃송이들이 툴툴거리며 버스를 타고 어딘가 가고 있다 일곱 여덟 나는 떠나는 이들의 뒤통수를 세다가 그만둔다 자꾸 흔들리고 자꾸 일렁거리는 것들은 자신들이 지독히 슬픈 세계라는 걸 알고 ..

독서/2018 2019.03.30

치악산 종주

2018년 8월 11일 나는 '악'자가 들어간 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글자는 그 산이 돌산이라는 것을 의미해서 대부분 아주 험난하기 때문이다.산행이라는 건 내게 휴식같은 의미라서 돌산에는 안가지만, 원주에 온 김에 이번엔 치악산에 가보기로했다.지난번엔 갈 생각도 안했는데, 이번엔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숙소에서 7시 40분 차를 타고 원주 시내(남문시장)에 가서 한 30분 기다리는 동안 산행에서 먹을 간식을 샀다.이온음료 400ml 2개, 물 500ml 1개, 와플과자 5봉지, 견과류 3봉지, 맥스봉3개.이렇게 쓰고보니 먹을 걸 적게 가져간 것 같다. 그런데 가방도 옆으로 매는 보조가방만 가져가기도 했고, 이미 그 안에는 산행 후 갈아입을 티셔츠가 ..

여행기 2018.08.12

좋은 나라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 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꺼예요.그 고운 무지개 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30대때는 울적할 때 한대수 음악을 들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가 이젠 마음이 무거울 때 중학교때 듣던 '시인과 촌장'이 듣고 싶어진다.그때는 음악보다는 시가 좋았다. 한창 사춘기의 열병에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힘들어할 때 조용히 관심을 가져..

개념 2018.02.26

순천, 고흥, 강진

2017년 12월.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여행.여행이라고 해야할지도 의문이다. 삶은 분명 불확실하고,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래도 그것이 비록 어리석은 길일 지라도 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적어도 준비는 해가며 그 길로 나아가고 싶다.샘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가는 길에 열심히 이슬을 모았는데 막상 도착지에 호수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내가 모은 한모금의 물은 호수에 가득한 물보다 달고 맛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그 한모금의 물로는 입만 축이더라도 나는 더 행복하리라.그런 것이 여행이 아닐까. 살면서 목이 마를 일은 많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기본 조건이다.그러니 목이 마르면 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물을 마시면 비록 한 순간 일지라도 행복할 것이다.그리고..

여행기 2018.01.17

다산초당,강진_01

2016년 12월 1일 목요일다산의 사상을 읽다보면 이 조선시대에도 이런 깨어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놀랄 때가 많아서 한번은 꼭 다산초당에 가보고 싶었다. 다산은 강진으로 귀양을 가서 근 18년간 그 곳에서 수많은 글을 썼단다. 대체 어떤 곳이었길래 쉼없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가르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려면 워낙에 오래 차를 타야해서 생각만 하고 있던 와중에 마침 광주에 갈 일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2박 3일을 남도 여행기간으로 잡았다.광주에서 강진까지는 버스를 타고 한시간 반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침 광주 유스퀘어에서 버스를 타고 강진읍에 내려 미리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내려놓고 나왔다. 비수기인 겨울인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숙소전체를 나혼자 썼다. 강진은 생각보다..

여행기 2017.01.04

통도사

2016년 11월 26일-27일 토,일요일 어떤 모임에서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영축산에 올라간다고 해서 같이 합류하겠냐기에 간다고 했다. 아침에 KTX를 타고 울산에 가서 영축산을 등반한 다음 그 아래의 통도사에서 묵는 계획이다. 영축산은 부산에서 가까운, 그러니까 서울에서는 아주 먼 편에 속하는 곳에 있다. 그래서 가는 시간이 오래걸릴 줄 알았는데 기차를 타니까 두시간 반만에 울산에 도착했다. 빠른 시간에 반비례하여 많이 비싼 교통비는 약간 고민을 하게 했으나, 송광사, 해인사와 더불어 3대 사찰의 하나인 통도사에 방문하는 것도 매력적이고, 영남알프스의 끝자락인 영축산을 미리 답사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영축산에 오르면 신불산의 억새밭이 보인다고도 해서 기대가 많았다.아침 7시 45분에 서울역에서 ..

여행기 2016.12.10

지리산 종주_04

2016년 9월 11일 일요일민박 - 이상국 울산바위 꼭대기에는 별들의 집이 있다 어느날 집 떠나 해 지고 어두우면 그곳에 가 자고 싶다 그러나, 세석 대피소에서는 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트가 없어서 담요 한 장만 빌렸는데, 바닥은 딱딱하고 주변은 시끄러웠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토요일 밤이라서 더 그렇겠지.나는 무릎도 아프고 너무 피곤해서 8시부터 누워버렸고, 10시쯤 숙소의 불을 모두 껐는데, 깊이 잠이 들지를 않았다. 내내 모든 소리를 다 들으며 비몽사몽으로 누워 있었다. 그나마 내가 배정받은 11번 자리는 10번자리가 기둥때문에 비어있어서(머리맡에 기둥이 있는데 무슨 마음으로 자리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한쪽은 편안했다. 대학 mt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여행기 2016.10.28

지리산 종주_03

2016년 9월 10일 토요일 연하천 대피소는 최악이었다. 오후 9시에 소등을 했는데, 밤새도록 사람들이 왔다갔다했다. 간단한 목구조의 2층 침상은 아무래도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자는 걸 알면 살금살금 걸어야 하는 게 맞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 것 같았다.몸은 피곤한데 소리때문에 1시간 30분 간격으로 깨니까 화가 나기 시작했다.새벽 3시쯤에는 정말 한마디 하려다 겨우 참았다.그런데 참길 잘했다. 아침에 옆에서 왔다 갔다 하던 여자애들 얘기를 들으니 새벽에 별을 보고 싶어서 나갔었던 거였다.대학 2학년쯤 되었을까? 친구들 셋이 모여 하는 지리산 종주는 오랜 추억이 되겠지.그리고 그 나이에 보는 밤하늘에 가득한 별은 또 얼마나 감동적이겠는가.그러니 괜히 내가 화를 안내길 잘했다.뭐..

여행기 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