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 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꺼예요.

그 고운 무지개 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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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때는 울적할 때 한대수 음악을 들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가 이젠 마음이 무거울 때 
중학교때 듣던 '시인과 촌장'이 듣고 싶어진다.

그때는 음악보다는 시가 좋았다.
한창 사춘기의 열병에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힘들어할 때 
조용히 관심을 가져주던 국어 선생님이 내게 건넸던 것이 하덕규의 시집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선물 받았던 시집이었고 
그 후로 나는 시를 좋아하게 됐다.

나이가 드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시 20대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가끔 그때의 힘이 넘치던 부모님이 그립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며칠만이라도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했고

세상의 모든 것을 믿었던 때.

지금의 나는 그때에 비해 크게 변하지는 않았는데
그때 보다 세상에 많이 실망을 했다.
이것 역시 삶이려나.


좋은 나라가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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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마당에 열린 대추를 엄마,아빠가 따다줘서 요즘 그걸 먹고 있다.
아침에 대추를 먹었는데, 다 먹고 아래를 보니 벌레가 떨어져있다.
대추는 벌써 며칠째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는데다 내 입까지 들어왔는데 벌레는 하나 다치지 않고 심지어 나에게 먹히지도 않았다.
억세게 운이 좋다.

그래도 그동안 꽤 고생을 했는지 크지도 못하고
지금 티슈 위에서 아직 살아서 조금씩 꿈틀꿈틀하면서 오늘 안에 죽을듯하다.
알았으면 안먹었을텐데...
아무튼 이 벌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화분에 묻어줘야겠다.
만약 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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